책읽기가 블로깅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출판사 그린비의 질문을 받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책 읽기를 시작한 어렸을적과
최근 큰 의미로 제게 다가온 시점들...
사실 어렸을적에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그 많은 주인공들의 삶,
여러 책들의 화자 들이 말해주는 간접경험에 매료되어
미친듯이 읽기만 했었죠.
그런 탐닉에 빠져 있었어도 충분히 즐거웠고
지금에 와서도 참 갚진 경험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결정적으로 책 읽는 습관이나 방법이 바뀐 것은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를 만났던 2001년의 일이었습니다.
어렸을때의 버릇대로만 책을 읽어대던 전
마치 단기 기억 상실에 걸린 듯이
방금 읽은 내용도 쉽게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제게 말했죠.
'저번에 만났을 때 읽었던 책 내용 좀 알려줘'
그 순간 저는 책의 내용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지만
끝내 기억해 낼 수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일일까...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그 이후로 공황에 빠졌습니다.
책에 대한 공포감 마저 생길 정도로
어려웠고 또 힘든 시간이었죠.
사실 그 순간이 그렇게 큰 변화를 제게 줄지 저도 몰랐던 겁니다.
바로 이 책을 만나기 전엔 말이죠.
판단중지님이 먼저 소개하신 다치바나타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입니다.
독서법, 독서론이 각인되어 저에게 큰 영감을 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황에서 탈출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때 북로그를 기획합니다.
(실천하기 까지 무려 6년 가까이 걸렸습니다만 ㅎ)
그렇게 잡스러운 불량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올해 드디어 북로그를 열었습니다.
블로그를 열게 되면서 다짐을 했지요.
자유로운 서평으로 책과 더 친해 질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자.
내 서평으로 다른 이들도 즐겁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자.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으로 좀더 나은 독서법을 찾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기자.
전문가 적인 글보다는 남들이 읽기 쉽고 편안한 글을 쓰자.
제가 생각한 제 블로그의 컨셉은 이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책으로 인해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를 얻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늘어난 어휘량, 이전에 비해 향상된 문장력,
이야기를 서술해가는 스토리텔링 방식,
점차 논리적이 되어 가는 글 들...
그로 인해 일상에서 말하고 듣는 능력의 향상.
참으로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다른 이들에게 좋은 책을 하나라도 더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제게도 많은 변화가 나타난 것이지요.
제가 블로깅 하는데에는 특별한 스킬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그만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되는 것이었죠.
변화는 차츰 벌어지니 결코 조바심 낼 필요도 없고
그저 좋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담아 글을 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쓰니 조금 정리가 되는 듯 합니다.
책읽기가 영향을 미친 제 삶의 변화가 어떠했는지
이제 다시 한번 깨닿게 되었습니다.
이런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다시금 강하게 피어나네요 ^^
그래서 저는 이 순간이 행복한가 봅니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타인과의 더 나은 소통을 꿈꿉니다.
호모부커스가 되기 위해 전 조금더 나아가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