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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에센셜리즘)



자기개발서는 참으로 신비스러운 책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 늘 그 말이 그 말인데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으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었을까? 우선 이 책을 읽는 시점의 나를 먼저 돌아보자.


전직 후 직장 3년 차 뭔가 될듯될듯 한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아니지 아직은 처절한 버팀의 순간까지는 소진되지 않았다. 다시 다시.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개인적 성향에 기인하는 요인이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을 쫓고 그러다 보니 일에서도 조금은 모험이지만 신나는 일을 찾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싶다. 또 하나 최근 겪고 있는 집중력 저하의 문제가 무엇일까 보면 체력적인 문제로 긴장감을 가지기보다는 피로함에 눌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를 만나고 만나고 만나야 하는데 여러가지 요인으로 생각만큼 많은 만남을 갖지 못하고 있고 지속적인 운전을 하다 보니 운동량이 떨어지고 그만큼 감소한 체력을 충전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으로 보자면 저주에 걸려 기본 HP가 감소된 상태라 아무리 포션을 먹고 회복해 봤자 이전 만큼의 회복량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효율을 따질 수 없는 일인데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어 틀에 갇혀 있다는 심리적 족쇄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아 그러면 진단은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해법을 모색해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인프라와 환경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많은 수정을 가할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체력적인 문제는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어떡한담. 그 와중에 친분있는 마케터가 SNS에 찍어 올린 책의 한 페이지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에션셀리즘 이었다.


이 책의 핵심은 덜 중요한 것을 버리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는 데 있다. 말이 쉽지. 덜 중요한 것을 결정하는 건 대부분 자신 스스로의 결정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버린다라… 지난 2013년 전직을 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이 생각을 버리는 일 이었다. 최근 몇 년간 집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도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 정리에는 버림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은 어떻게 버리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걸 추려서 버려야 한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흐음… 조금 더 읽어보기로 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아… 정말 촌철살인이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을까. 문장에 감탄하는 것은 참으로 오랫만 인것 같다. 우리는 늘 삶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데 망설임이 길어지면 어떻게 되던가? 흐름에 이끌려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못한 경험이 있지는 않은가? 내 삶도 내 일도 내가 정해야 한다. 남이 정해주는 것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 그렇게 끌려다니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내 삶이란 말인가? 내 일이란 말인가?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이 많아 힘들지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내 고민의 연장선도 바로 여기에 닿아 있으리라. 다시 문장을 보자. 우선순위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정말이지 알면서도 잘 실천이 안되는 것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인 것 같다. 혼자서 집 청소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비록 치울 곳은 많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목표했던 부분의 절반도 마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짚어보면 우선순위의 혼동과 인터럽트에 대처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 청소의 패턴은 늘 현관 근처와 창고와 작업실로 이용되는 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순서는 이제는 패턴화 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 정리가 된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패턴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가장 첫 번째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집이 어질러져 있는 정도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영역별로 어질러진 정도는 매번 같은 혼잡도를 가질 수 없다. 게다가 집을 치우는 목적에 따라서 우선순위는 바뀔 수도 있는 것인데 매번 같은 패턴을 고집하면 당연히 효율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인터럽트에 대한 대응도 비슷하다. 우선순위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택배, 전화 통화, 세탁기 등의 인터럽트가 발생하면 그것에 먼저 대응하게 된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처리가 끝나고 나면 원래의 영역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해야 하는데 그때그때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했던 경험이 있다.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는 역시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떠한가? 매일매일 계획한 일을 우선순위 없이 처리하고 있다. 또 인터럽트가 하루에 수 번 계속되는데 대응하고 나면 원래의 작업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또 작업하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것들은 다음 날로 미뤄지게 되는데 이 또한 별 생각 없이 순차 처리를 해버리기 일수였다. 순차 처리의 기준 또한 그저 업무일지 상에 적어 놓은 대로였으니 그 순서가 올바를 리가 없었다.


생각보다 엉망진창 이구나. 에센셜리즘 이전에 내가 가장 적용하려 했던 GTD에 따르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나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내 삶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매일 아침 InBox에 들어와 있는 모든 작업 리스트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일정 규칙대로 풀어가면 된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되 가능한 당일 끝날 수 있도록 스케쥴링을 하고 일의 중요도를 그때그때 판단해서 우선순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가면 좀 더 원활한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아마 그로 인해서 현재의 딜레마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겠지. 이제는 실천하는 것이 남아 있다. 실천은 늘 가장 어렵지만 꼭 잘 해봐야지.


작은 깨달음은 많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어떤가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