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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사랑하는 사람과 죽어서도 만나고 싶다 (굿바이, 욘더)


욘더...
제목만 들으면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매우 생소한 단업니다.
사전적 의미로 [저기, 저편의] 라는 뜻을 가진 단어.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던 단어지만 매우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단어가 아닐까 싶네요.
내용이 중요한 소설인 만큼 내용이 아닌 핵심적인 키워드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래에 사는 주인공 김홀이 
아내 차이후와의 작별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등장인물의 이름의 독특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그들의 이름이 내용과 꽤나 밀접한 관련이 있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홀...(그가 앞으로 가게 될 깊은 어딘가), 이후...(흔히 사후 세상을 말하는 삶의
그 이후 어딘가)
흔히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많은 상상을 하곤 합니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자들은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 세계를 믿고 상상할 것이며, 자신만의 상상력을 가진자들은 그들의 
생각속의 사후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누구하나 경험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죽음으로 경험하는 사람은 있어도, 죽음에서 돌아와서 사후 세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영원한 미지의 공간이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상상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냅니다. 그것이 바로 [욘더]죠.


사랑하는 이의 생전 기억을 수집하여 살아남은 자를 위해서 그 기억을 통해서 가상을 만들어내는
바이앤바이. 사실 이런 서비스는 근 미래에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좀더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죠.이 회사는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추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에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은 큰 선물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실제가 아닌 가상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낀다면 어정쩡하고 되려 큰 아픔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마 여기에 다른 이유는 없을것입니다. 그저 가상이라는
것. 그 가상을 통해서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좀더 절실하게 통감하게 되리란 것.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참으로 얄궃게도 받아들이기 나름이기 때문에 더더욱 큰 행복과
상처로 다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존재 한다는 것. 지금의 세상과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만
그 매체는 충분히 다르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핸디와 칩. 그 상상속의 매체로 우리는 좀더 
원할하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정보의 집약체 이지만 그만큼 부정확성이
높은 공간이죠. 그 공간을 이용한다는 것. 고정적이지 않은 모바일적인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은
앞으로 우리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작가도 파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도달한 결론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과거고 현재도 미래도 다르지 않게 아플 것이다 라는 점과 두번째는 결국 삶과 죽음의 영역에서
서로 살아가게 될 (죽음의 영역애서도 그 존재가 살아간다는 표현이 올바른 것이라면) 존재는
만나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한다는 것. 삶의 영역에 있는자가 죽음의 영역에
있는자를 회상할 것. 그것이 꿈이 됐던 상상이 됐던 결국은 만남은 직접적일 수 없다는 것.
사실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예측하여 말할 수 없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형태와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말이죠.


미래와 죽음에 대한 적절한 상상력의 조화가 흥미를 자극하며,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별과 아픔, 근대화에 대한 거부감 등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묘사의 훌륭함, 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내용이 주가 되는 책인 만큼 내용보다는 몇가지 키워드로 묘사를 해보았는데 어떻게 
호기심들이 생기시고 내용이 궁금해 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ㅁ^ 국내 소설은 천명관 작가의
글 이후에는 참 오랫만에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창작과 비평에서 진중한 문학적 작품이
잘 수 있는 가벼움에 대해서 느낀 이후로 적절한 타이밍에 즐거운 책을 만나게 되어 큰 행운
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면서 이 책이 주는 그 오묘한 느낌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